<밀크> 그의 미칠 듯한 존재감!!
   줄리아러브      10-02-21 21:49       1771    

 

 
사람들에게 있어 존재감이란 자신이 얼마나 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자신을 기억해주는가를 통해 나타난다. 다시 말해 후일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존재감은 곧 그의 삶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 [밀크] 속에는 너무도 크고, 묵직한, 그리고 뜨겁게 기억되는 존재감의 두 인물이 있다. 제목의 주인공이기도 한 ‘하비 밀크’와 그를 연기해 낸 배우 ‘숀 펜’이 그들이다. 1970년대, 미국의 수많은 동성애자의 힘과 희망이 되어 주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하비 밀크와 배우로서의 가치를 매번 빛내고 있는 숀 펜의 만남은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크나 큰 존재감을 안겨준다. 소름끼칠 정도로, 그리고 미친 듯이 말이다.
 


메이저의 위치에서 마이너의 정신을 지키는 그, 구스 반 산트 감독!! 영화 [밀크]로써 다시금 그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다.
 
이들의 명성과 실력은 분명 메이저라 할 만 하다. 그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메이저의 화려함이나 거만함을 찾아볼 수 없다. 메이저의 위치에서 언제나 마이너의 정신을 잃지 않는 그들, 바로 구스 반 산트 감독과 배우 숀 펜이다. 영화 [밀크]는 바로 이름만으로도 묵직함으로 다가 오는 이 두 존재가 함께 한 영화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는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그리 흥미롭고, 밝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않는다. 그는 언제나 세상의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들려주었고, 때로는 우리의 현실 이면에 가려진 아픈 진실을 날카롭게 들추어내기도 한다. 그게 바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들이다. 그래서 영화 [밀크]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답다. 아웃사이더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시선이 담겨 있고, 뜨거운 메시지와 날카로운 전달력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인 ‘밀크’는 1970년대 미국의 인권 운동가인 동시에 정치인이었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게이로서 시의원이 된 ‘하비 밀크’를 가리킨다. 같은 성(性)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항상 숨어서 지내야 했고, 가족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할 수 없었던 수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어 주었고, 그 누구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솔직 하려 노력했던 그의 이야기가 바로 영화 [밀크]다. 그리고 영화 [밀크]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시와 비난 속에서도 소수의 인권과 삶을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을 내던졌던 한 정치인의 신념과 의지가 만들어 낸 승리의 이야기이자, 한 남자의 따뜻한 가슴과 사랑이 담긴 휴먼 드라마이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하비 밀크, 그리고 누구나가 모른 채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로써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줄 아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만남은 실로 멋지고, 뜨겁다. 이것이 곧 영화 [밀크]를 놓쳐서는 안 될 이유다.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보고, 느껴봐야 할 것들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고, 또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솔직했고, 또 소수의 인권을 위해 헌신했던 그, 하비 밀크!! 신념과 의지로 이룩해 낸 소수의 승리를 가슴 뜨겁게 느끼도록 해준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테잎에 녹음하는 하비 밀크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1970년,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맞이한 하비 밀크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며, 애인인 스콧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하비 밀크는 너그럽고, 유쾌한 성품으로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세상의 편견과 폭력에 고통 받는 동성애자들을 위해 게이 인권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주인공인 하비 밀크는 같은 남성을 사랑하는, 즉 우리가 남성 동성애자들을 일컫는 ‘게이’다. 세상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그럽지 못하다. 또한 그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잔인할 정도의 편견과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하비 밀크는 바로 그러한 편견들에 과감히 맞선 존재다.
 
갖가지 이유로 동성애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인권보장까지 폐지하려는 보수파 정치세력과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들은 수많은 동성애자들을 점점 음지로 내몰게 된다. 그런 편견들에 도전장을 내민 하비 밀크는 자신을 지지하는 주변의 많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기에 이른다. 동성애자들에게는 환호의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거북하고, 껄끄럽기만 한 존재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그리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무려 세 번의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된 하비 밀크는 그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자신과 그리고 세상의 편견들과의 정면 승부를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고 열정적인 연설을 하고, 자신의 신념 앞에서는 그 어떤 굴복도 허락하지 않는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은 수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커다란 빛줄기가 되어 준다.
 

 
소수를 위한 계획이나 의견들은 모두에게 그리 쉽게 인정받기 힘들다. 언제나 소수를 존중하라고 배워 오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다른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만 한다. 그래서 정치인으로서의 하비 밀크의 의지와 신념은 안쓰럽고, 애처로워 보인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위해 세상을 향해 소리쳐 보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손가락질과 야유뿐이다. 게다가 끝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보수 정치인들은 상황을 어렵게만 만든다. 영화는 당시 실제 화면들과 보수 정치인들의 실제 연설장면 등을 곳곳에 삽입해 가며 1970년대 미국 사회상과 동성애자들을 향한 편견에 대한 설명을 더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하비 밀크와 동성애자들이 당시에 처한 상황에 대해 실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듯 단지 남들과 다른 모습의 사랑을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들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비난 받고, 외면당해야 했던 소수의 아픔과 눈물이 영화 [밀크] 속에 담겨져 있다.
 


열정적인 정치인, 유쾌하고 자상한 친구, 그리고 뜨거운 가슴을 지닌 남자, 하비 밀크!! 그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삶의 이야기로써 가슴을 뭉클하게 하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위해 살아 온 정치인, 혹은 인권운동가로서의 하비 밀크만을 생각한다면 영화가 지닌 분위기는 사뭇 무겁고, 진지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 [밀크]는 무거운 정치영화나 진지한 인권영화가 아니다. 소수의 인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하비 밀크의 삶을 비추고 있지만, 거기에만 비중을 두거나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영화는 언제나 밝은 미소로써 많은 친구들을 지닌 하비 밀크의 인간적인 모습을 따라가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남자로서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동성애로 고민하는 청소년에게는 삶의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는 그런 존재로서의 하비 밀크를 말한다. 수많은 동성애자들 앞에서는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으로, 사랑하는 친구들과 연인 앞에서는 가장 진실 되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남자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솔직한 인간의 모습으로써 고독을 느끼기도 하는 인간 하비 밀크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모두 담겨 있다.
 
40번째 생일날 만나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그의 열정과 신념을 응원해 준 든든한 지원자이자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연인 스캇, 하비 밀크와 수많은 연설장을 함께 다니며 그의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위트가이 클리브 존스, 하비 밀크의 네 번째 시의원 선거출마를 성공으로 이끈 캠페인 매니저이자 유일한 여성 인물인 앤 크로넨버그, 그리고 하비 밀크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멕시코계 게이 잭 리라 등 그의 곁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며, 하비 밀크와 그들의 모습을 통해 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동료로서의 우정, 파트너십, 그리고 사랑 등 영화 [밀크] 속에는 비단 하비 밀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한 가지 신념을 위해 서로가 응원하고, 커다란 힘이 되어 주며, 또 사랑에 아파하고, 달콤함을 느끼기도 하는 등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하비 밀크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하비 밀크와 그 친구들의 실제 모습 및 현재 근황들이 잠깐 나오는데, 그것도 절대 놓치지 말길 바란다.
 


매 장면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배우 ‘숀 펜’의 미친 듯한 존재감!! 과감하고, 파격적인 동성애 연기를 펼치는 훈남 배우들의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다!!
 
숀 펜의 연기는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매 장면마다 빛을 발한다. 실제 하비 밀크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케 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더욱 진실 되게 만들어 준다. 보수적인 정치인들 앞에서도 절대 주눅 들지 않는 하비 밀크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모습과 밝은 미소는 종종 [아이 앰 샘]의 그를 연상케 하기도 하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숀 펜’이라는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인하고, 냉철한 카리스마를 내뿜기도 한다.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였지만, 이번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실존인물을 연기했다는 것도 그 이유지만, 무엇보다 동성애자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애인인 스캇과의 첫 만남에서 보여준 열정적인 키스씬은 관객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솔직하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영화를 더욱 묵직하게 만들어 주었고, 틈틈이 보여주는 그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웃음은 관객들 역시도 즐겁게 만들어 준다. 영화 [밀크]는 그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연기는 그만큼의 가치를, 아니 상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숀 펜이라는 배우 한 명으로만 기억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다른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 역시 상당한 매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캐릭터가 동성애자이기에 남자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가히 신선하고, 파격적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 [밀크]의 가장 큰 볼거리이기도 한 70년대 패션과 유행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 역시 크다. 그 중에서도 숀 펜과의 진한 키스씬을 보여준 미남배우 제임스 프랑코는 다양한 감정연기로써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커다란 잠자리 안경이 인상적인 에밀 허쉬의 위트 넘치는 연기와 섹시한 멕시코계 게이를 연기한 루나 디에고의 독특한 연기와 패션 역시 시선을 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조쉬 브롤린의 이중적인 연기도 인상적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아메리칸 갱스터] 등에서 거칠고, 차가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이미지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정치에 대한 야심과 하비 밀크에 대한 증오로 가득한 댄 화이트 의원으로 분해 복잡하면서도, 예민한 감정연기로써 영화 속에서 작은 긴장감을 형성해 주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작년 1월에 개봉했고,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거머쥐었던 영화 [밀크]의 국내 개봉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숀 펜의 남우주연상 소식과 함께 그의 연기를 기다려 온 관객들에게는 1년이라는 그 기다림이 꽤나 지루했을 정도로 말이다. 수많은 메이저급 영화들 틈에서 개봉관 하나 잡기가 쉽지 않았음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커다란 스크린에서 숀 펜의 연기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만큼 영화 [밀크]는 그만큼의 값어치와 감동을 담고 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전하는 ‘하비 밀크’의 삶은 누구에게나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이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숀 펜의 미친 듯한 존재감은 매 장면마다 관객들을 감탄하게 만든다. 이게 바로 감독과 배우로서 그들이 관객에게 전하는 미친 존재감의 실체다.

어찌 보면 영화 [밀크]는 편견 덩어리의 영화다. 동성애자가 주인공이기에 애써 피할 수 없는 편견,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이기에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라는 편견, 숀 펜이 출연하기에 진지한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영화 [밀크]는 그러한 편견들을 모두 깨어 주는 영화다. 너무도 얕은 편견만으로 좋은 영화 한 편을 놓치는 후회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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